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 적었던 일기를 펼쳤다.
내 삶의 상당 부분은 여유롭지 못하게 살아왔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이 살아왔다. 고등학교 때에는 입시 준비, 대학교 때에는 자아 찾기와 취업 준비 등등으로 현재를 즐기기보다는 미래를 걱정하며 살았다. 취업한 지 1년, 현재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업무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적었던 일기에도 나는 여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자. 대학교 동기가 나에게 말했다. 너무 여유가 없다고.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18.04.23)'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이 친구가 보기에도 나는 정말 여유가 없어 보였던 모양이다. 티가 많이 날 정도로 여유가 없었나 보다.
여유로운 삶을 위해
그러던 와중, 생애 첫 해외경험을 캐나다에서 하며 여유로운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캐나다 사람들을 보며 처음 느낀 것은 바로 '여유롭다.'는 점이었다. 그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맥도널드에서 식사를 하며 캐나다에 온 것이 실감 났다. 길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들에서는 조급함보다는 여유로움이 배어있었다. (18.07.05)'
캐나다에서 돌아와 취업을 위한 바쁜 일상에 치이고 치이다 나는 경미한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곤 했다.
'내 내면에는 아직 어린아이가 있나 보다. 근로장학생, 컴활 1급. 영어회화. 토익. 운동. 독서. 거기에다 월 목 편의점알바까지. 방학을 맞이하면서 취업을 위한 목표가 참 많아졌다. 참 많이 힘들었나 보다. 웃는 시간은 점점 줄어가고, 무기력해져 가고, 긍정적인 사고가 장점이었던 난 어느새 그 장점을 잃어버렸다. 마감하고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인 사고를 어떻게 하는 거였지?" 그저 무기력하고 지루한 일상만 반복되고 있었다. 편의점 알바를 관둔다고 통보했다. 나를 돌보면서, 여유를 가지면서 살 필요가 있다. (19.07.23)'
이렇게 글로 적어가면서 나에게 피드백하며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좀 더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자 여러 상담도 진행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게슈탈트 상담이란 걸 하면서 내가 여유가 없었던 이유에 금전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하모니카, 젬베를 이용해 연주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19.08.26)'
'내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바쁘지는 않다. 이렇게 친구들을 잘 안 만나고 지내지는 않는다. 난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바쁘게 살아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저 영상에 있는 사람들처럼 여유를 가지면서 살 수는 없는 걸까? (19.10.08)'
문제를 발견하고 여유롭게 살겠다 선언한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안 좋은 방향으로.
'여유를 가지자고 생각했던 마음가짐은 한 학기 동안 어느새 나태함으로 변질되기 시작했고, 이에 익숙해져 갔다. (20.02.02)'
교환학생을 가고, 다른 문화 속에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문화를 탓하는 내용도 나온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공원 또는 어디든지 들를 때마다 느끼는 것. ‘평화롭다.’, ‘다들 삶에 여유가 있다.’ 비엔나는 전 세계에서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도시들 중 하나라고 한다. 물론 여러 사람들이 영어도 잘하고, 부유한 편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문화라고 생각한다. 비엔나 사람들은 여기에서 한가롭게 조깅하고, 산책하고 있는데, 부러웠다. 내 한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여유롭게 삶을 즐기고 사는지’ 항상 의문이 든다. 내 주변만 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렇다.(20.06.21)'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를 탓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 일지에 대해 더 초점을 맞췄으면 좋았을 거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회현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코멘트를 다는 것도 내 사고력을 기르는 데는 도움이 되리라 본다.
어떻게 해야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어떻게 해야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휴학하고 물류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꼈던 내용 중 하나가 눈에 띄어 가져왔다. '휴학 전에는 삶에 여유가 없었다.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항상 달렸고, 더 많이 나아가기를 원했다. 휴학을 하고, 일을 하면서, 직장인의 비애도 느낄 수 있었고, 일과 후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어느새 나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20.11.09)'
그래.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면서 나에게 집중하자. 그러다 보면 자연히 알아서 성장하고, 이를 깨달으며 더 행복할 수 있다.
'얼렁 취업해서 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22.05.08)'
배부르니 하는 소리지만, 단순히 취업만 하기보다는 내 분야가 무엇일지 직접 여러 가지 탐색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여러 가지를 새로 부딪혀보며 탐색하자.
미래의 내게 일기를 썼던 내용을 붙이며, 이 글을 마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을 주기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산책을 다녀왔어. 자기소개서 쓰다가 이 생각 때문에 갑갑해서. 나도 모르게, 예전에 들었던 그 물소리, 물고기들이 그리웠나 봐. 두계천 산책로에 가서 풀내음, 물 내음 맡으며 걸어가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 보를 건너다가 우렁이 하나가 막힌 보를 열심히 넘어가려고 하더라고. 돌멩이 들고 와서 도와주려다가 계속 지켜만 봤는데, 결국 떨어져서 좀 안타까웠어. 주변의 새, 꽃들 구경하고 돌아오는데, 선거 노랫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진짜로 저기는 뽑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 나름 괜찮은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이걸 읽고 있다면, 여유롭지 못한 상황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뭔가 지치는 상황일 수도 있을 텐데, 지금의 나처럼 작은 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좀 더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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