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내 생애 첫 아르바이트 - 폰팔이
'폰팔이'라는 이름은 휴대폰 파는 사람을 낮잡아보는 용어로 흔히 쓰인다. 휴대폰 요금으로 하도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걸로 알고 있다. 폰장수도 아니고 폰팔이라니. 아이스크림팔이, 사과팔이라는 말은 안 쓰지만, 폰팔이라는 용어는 이제 거의 고유명사가 됐다.
그리고 내 첫 아르바이트는 폰팔이였다.
애초에 주변에 놀거리가 없던 곳에 살았던 나는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가끔 꼭 필요한 때나 밥 한 끼 값을 부모님께 받아 쓰며 학교생활하던 나였다. 그러던 내가 수능을 보고, 내 힘으로 용돈을 벌어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내 돈을 벌어 쓰고 싶었다. 물류 상하차같이 몸을 많이 쓰는 아르바이트는 돈을 벌려다 병원비가 더 많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아예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휴대폰 판매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확인해보니 기본급도 120만 원에, 더 번다면 200만 원까지도 벌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최저임금은 5,500원대였다.) 오래전이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근무였던 걸로 기억한다. 쉽게 일하면서 돈도 나쁘진 않을 거라 생각해 무턱대고 지원했다.(당시에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한 통신사의 대리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바로 집 앞이라 출퇴근도 5분 안에 해결힐 수 있었다.
그렇게 면접을 보며 공고에 나온 급여나 근무시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첫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었다.
첫 날 시키는 것은 따로 없었다. 대리점 직원은 2명에 내가 끼어들어갔는데, 한 명은 20대 누나였고, 다른 한 명은 나보다 한 살 어린 고등학생 남자였다. 처음에 인사하고, 급여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는데, 계약서는 좀 더 있다가 쓰자는 말에,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누나는 어느 물건이 어디 있고, 가게 안의 휴대폰 기종이나 부가서비스 같은 것들에 대해 조금씩 소개해줬다. 그날 손님이 와서 누나와 동생이 설명하고, 휴대폰을 파는 게 당시의 나에게는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갓 수능 쳤던 학생에게는 이 사람들이 전문가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 나는 부가서비스, 휴대폰 기종 등을 외우면서 청소도 하고, 조금씩 그 좁은 대리점에 적응해가는 기간을 가졌다. 내가 고객을 직접 상대한다거나 할 수는 없었지만, 나도 곧 누나, 동생처럼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감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대망의 셋째 날. 오전에 근무 시작하자마자 계약서를 작성하자며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당시 내게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기본급은 120만 원이 아닌 70만 원이고, 성과를 쌓아 인센티브를 쌓아야 겨우 최저임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그만 일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에, 한 할머님께서 들어오셨다. 일단 들어오셨으니, 가까이 있던 내가 인사하고 대응을 해드리려고 했다. 귀가 안 좋으신지 대화가 잘 안 통하던 상황이었는데, 뒤에 있던 누나와 동생이 대놓고 '야, 그냥 대충 하고 빨리 보내.' 하는 것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름대로 나를 챙겨주려고 한 말이었지만, 당시 나로서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어르신이 바로 앞에 계신대 이렇게 무시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고?'라는 생각이 퇴근 후까지 이어졌고, 결국 나는 문자로 퇴사를 통보하게 된다.
그리고, 3일 동안 일한 것에 대한 임금은 받지 않았다. 당시에는 '내가 일한 것도 없는데 뭘.'이라며 오히려 갑자기 그만두는 것에 대해 미안해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답답했던 나였다.
이렇게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3일 만에 때려친 나는 LPG충전소에서 두 번째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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